명절다운 명절

현재 이쪽은 땡스기빙 연휴중이다. 나야 여기서 태어난 것도, 어렸을 때부터 오래 산 것도 아니다보니 미국인들 갖는 이 명절에 대한 흥분이나 설렘을 정서적으로 이해할 순 없지만 미국의 법정공휴일 중 가장 긴 4일연휴이다보니 한 사람의 노동자로서 매우 감사하고 있다.

명절을 명절답게 보내려면 일단 가족이 모이고 배가 찢어져라 밥을 먹어야된다.

해서 우리집에 모인 것이 고작 친동생과 원래 같이 사는 여친님 되겠으며, 셋이서 어제 하루동안 고등어구이, 동태전, 김치전, 소갈비, 호박파이, 맥주, 사케, 아이스크림, 차, 과일 등등을 줄기차게 시원하게 소비하고 ㄸㅗㅇ도 거침없이 하릴없이 싸질렀다. 오늘은 제육볶음과 동치미로 마무리를 지을 예정에 있다.

밥 다먹고 배부른 사람들, 천민자본주의의 나라답게 땡스기빙 최대의 할거리는 역시나 쇼ㅋ핑ㅋ

땡스기빙은 11월 마지막주 목요일인데, 요 다음날인 금요일부터 크리스마스, 연말연시로 연계되는 세일대목이 시작되는데, 그 시작이 정말 창대하다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백화점, 할인마트, 체인점들이 새벽 4~6시 사이에 문을 열고 한 해 최대의 폭탄 세일을 감행하며 손님을 끈다. 어제 TV에서 본 바로는 내가 사는 곳의 한 쇼핑몰에 11시부터 (주로 혈기왕성한 10대 청소년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고 아마 지금쯤 한창 1년간 쌓아두었던 구매욕을 불사르고 있을 것이다.

사람많은 곳을 싫어하는 나는 당당히 땡스기빙 전날-_-+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차이나타운에서 맛사지를 좀 받고 소호까지 순식간에 기어가 작년 봄부터 침흘리던 신발을 한 켤레 구입했다. 위에서 말한 창대한 세일은 주로 철지난 모델 혹은 별로 안좋은 물건을 덤핑가에 내놓고 낚시질 하는 경우가 많다고 뉴욕타임즈가 말씀하셨듯, 좋은 물건을 파는 가게는 특별히 저기에 동참하지 않거나 살짝 구색만 맞춰 찔끔할인을 한다. 명품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절대 세일을 하지 않는 것처럼 중고가 브랜드들도 나름의 가격관리를 하는 것이다. 내가 찾아간 신발매장도 시즌 때만 슬쩍 20~30% 정도 할인을 하고 그 외에는 얄짤없는 곳인데, 우연찮게 이번 한 주동안만 전품목 20%오프를 하고 있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월요일부터 정상가로 돌아가고 크리스마스가 되어야 정규세일에 들어가며 할인폭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는 것이다.

주먹을 불끈 쥐고 각기 다른 디자인의 겨자색, 흰색, 짙은남색 세 켤레를 시운전 해본 뒤 (셋 다 가지고 싶었지만) 흰색으로 결정했다. 짙은남색도 굉장히 맘에 들었지만 사실 며칠 전에 다른 브랜드의 한정판 검정색 신발을 질러버렸기에 내년 1월 재고하기로 미뤘다. 이 신발은 저번주말에 백화점에서 보고 바로 사버릴 기세였으나 내 사이즈가 품절되어 좌절했던 물건으로, 그날 저녁 거룩한 지름신의 은혜로 인터넷에서 결재할 수 있었다. 월요일날 출근하면 만날 듯. 나와 비슷한 성질의 여친도 지지난주에 정장을 샀고 어제 온라인에서 화장품과 책을 구입했다.

나는 원래 쇼핑을 거의 안하면서 사는 부류의 인간이지만 3년주기로 신발을 대량구매하고 그와 더불어 이런저런 물건들을 미친듯이 사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 얘기는 나중에 신발 사진과 함께 다시 자세히 올리기로하고, 일단은 애들 깨워서 밥을 먹어야겠다.

그럼20000 

by 나녹 | 2009/11/27 23:56 | 기타 | 트랙백 | 덧글(2)

밥 사진 몇 장

오랜만에 밸리에도 올려보는 밥들. 전반적으로 일식이 많네효

태어나서 첨 먹어본 스키야키. 원래는 샤부샤부 먹으러 갔었는데 스키야키 먹어본 적 없다고 했더니 친구가 그럼 오늘 처음 먹으라면서 시켰음. 솔직한 감상을 얘기하라면 소스가 너무 달고 짜서 나는 별로였다. 그냥 샤부샤부가 낫을 것이야. 고기 자체는 맜있었다.
누나가 사온 두부튀김. 겉의 튀김도 맛있고 두부속도 굉장히 부드러워서 훌륭한 식감대조를 이루었다. 앞쪽 둘에겐 왜 파를 올리지 않았는가가 지금 갑자기 의문스럽다.
동네수퍼에서 개당 $1 세일하길래 나도 모르게 딸기 둘 초코 둘 사버렸다. 누나가 좋아하는 녹차만 몇 통이 냉장고에 들어있었기 땜에 다른 맛을 좀 먹고 싶은 생각이 들던차에 아주 잘되었음.
회사에서 점심으로 와퍼 주니어 두 개 먹고 그냥 봉투디자인이 이뻐서 집까지 가져와 사진을 찍었다. 케찹과 마요네즈 묘사가 아주 마음에 든다.
요번에 처음 사본 일본쌀인데, 내가 일본쌀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을 와장창 깨주셨다. 이쪽에서 웬만한 한국밥집에 가면 대체로 돌솥밥을 하기때문에 굉장히 맛이 좋은 반면, 일본 음식점은 어지간해서는 찜통밥이라 감탄하며 먹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수퍼에가도 20~30%이상 비싼 일본쌀은 신경도 안썼는데 이번에 사보고는 생각이 바뀌었음. 위의 쌀은 Kagayaki라는 이름의 쌀인데 이름 그대로 반짝반짝 빛이 나더라-_- 이번에 한국에서 사온 잡곡밥믹스를 넣어서 해먹고 있는데 진짜 밥만 먹어도 행복.  
누나가 처음 만들어준 돈까스. 이거 만든다고 여름에 일본(의 시골동네)에서 튀김가루도 사왔는데 거의 유통기한 다돼서 마침내 마지못해 했다. 고기는 우리가 자주가는 일본 수퍼에서 돈까스용으로 나오는 걸 사다했고, 맛은 맨하탄 유일의 돈까스전문점보다 훨씬 나았다. 물론 그 집이 돈까스를 정말 못하는 걸로 유명한 탓이기도 하지만 누나는 저 튀김가루가 적시타였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어쨌든 앞으로 저 돈까스집에 갈일은 정말 아예 없어질 듯한 기세. 몇달 전에 좀 더 좋은 자리로 이전하면서 가격을 올렸을 때 약간 기대하면서 한 번 갔다가 더욱 형편없어진 맛에 완전 포기했음-_-
전체맵. 밥그릇 크기의 차이가 상당히 적나라한데 원근법을 잊지 말아주기 바란다.
마무리는 예전에도 한 번 올렸던 오토코마에 두부3종세트 중 보라색, 류이치. 냉장고를 열었을 때 얘 얼굴이 딱 나타나게 세워서 넣어두는 것이 요즘 나의 소박한 재미-_-

다음엔 맥주를 올려볼 생각.

by 나녹 | 2009/11/19 11:43 | 식량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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